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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자료

(성명) “철도안전관리실태” 감사원 감사 결과보고서에 대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입장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9.09.11
  • 조회수231

지난해 1120일 오송역 단전사고에 이어 128일 강릉선 KTX 탈선사고로 철도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국토부는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을 둘러 세워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요청했다. 그리고 2019320일부터 419일까지 23일간 22명의 감사인원이 투입되어 진행했다는 감사의 결과보고서가 910일 공개되었다.

 

감사원은 국토부,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에서 수립·시행하고 있는 철도안전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여 철도사고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안전 위해 요소를 제거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감사를 실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결과보고서를 보면 철도사고 발생의 근본적 원인은 보이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양상만을 열거하고 겉핥기식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보고서의 상당 분량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일부 내용은 지난 정권에서 철도 분할민영화 정책을 추진해왔던 국토부의 오랜 숙원인 철도공사로부터의 관제권 이관에 대한 논리를 제공하고 있어 국토부의 청부감사가 아닌가 우려할 정도다. 철도에 대한 이해부족과 편향성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관제권 분리는 국토부가 철도민영화를 추진하던 20여년 전부터 줄곧 제기한 문제였다. 또 지난 정권에서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이른바 경쟁체제를 도입한 이후에는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과제였다.

 

그토록 선진국 사례 들기를 좋아하는 관계당국이 철도 선진국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운영기관이 관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에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철도관제는 선로라는 시설위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 열차의 운행과정 일체를 책임지는 것으로 운영기관의 전문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국토부가 철도공사의 관제권을 회수(독립적 기구 운운하지만)하는 절차에 돌입한다면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고, 고속철도 운영도 분리하며 끊임없이 쪼개왔던 철도 조각내기 정책의 완결을 의미한다. 한국철도의 개혁과 발전을 생각한다면 결코 제기될 수 없는 대책이 철도 안전을 방편으로 언급된 것 자체가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영화와 분리, 경쟁체제에 몰입됐던 철도 정책이 폐기되고 공공성이 강화되는 시민들을 위한 정책이 집행될 것으로 생각됐지만 지금 국토부는 대놓고 철도 개혁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여기에 감사원이 이용당한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 서두에서 밝힌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현재 한국철도의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는 것에서 발현될 수 있음에도 기존의 철도체제를 기초로 대책을 구상함으로서 실효성 있는 대책은커녕 지엽적인 대안제시에 그치고 있다.

 

오송역 단전사고나 강릉선 탈선사고는 통합되어 있던 시설과 운영부분을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분리한 데서 기인했다는 것이 철도 전문가 대부분의 진단이다. 철도시설공단이 책임진 공사의 불량시공으로 단전,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 보고서가 밝히듯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갈등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두 기관이 안전을 위해 더 노력하라가 대안이 아니라 통합을 이뤄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시너지와 안전강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반영되어야 했다.

 

이번 감사 보고서에서 그나마 의미 있는 부분은 외부작업자의 안전구 지급, 철도 현장 진입 통제 등은 위험작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시설 공사에서 후진적인 사상사고가 발생한 것은 철도공사의 제도적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인식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외주 하청 업체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대책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그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운행선상에서의 작업을 중지하는 원칙적인 방안도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체기관사 및 대체 열차승무원의 문제에 대한 지적도 타당하다. 철도공사는 파업에 따른 열차 운행 감축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현장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사무직 인력 등을 무리하게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다. 이로 인해 각종 사고가 발생하고 심각한 장애를 일으켰다. 시민 안전보다 파업에 따른 손실 보완만 추구하는 철도공사의 문제는 진즉에 고쳐졌어야 한다.

 

감사원 감사는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내었지만 이는 주변부적 문제이고 진정한 안전 확보, 철도에 내재되어 있는 근본적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안전은 철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이란 우상아래 숨겨졌다. 감사원이 지적한 수많은 정비 불량이나 시설 부실 문제는 관련기관에 통보하거나 주의를 준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고장 난 차량을 대체할 수 있는 차량 예비율이 적정한지, 정비나 시설 안전을 위한 인력은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 전문적인 교육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이를 지탱할 수 있는 예산은 적정한지 등 주요한 문제가 누락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감사원 감사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알맹이 없는 대책에 실망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한국철도가 현재 겪고 있는 많은 문제는 철도에 대한 투자 부족과 국토부의 계속된 철도 쪼개기의 결과이다. 아무쪼록 감사원 감사가 마무리된 만큼 국토부에 의해 중단된 철도 개혁을 위한 연구용역은 즉각 재개되어야 하며, 철도 안전 확보와 개혁, 통합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2019910

전국철도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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