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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광장

별이 된 사람들

  • 작성자백남희
  • 등록일2018.05.11
  • 조회수1,289




별이 된 사람들

 

25일간의 교육과 견습을 마치고 교번을 받았습니다. 뭐랄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니 담대히 받아들이자는 당돌함과 스멀스멀 피어나는 정체불명의 불안감이 교차합니다. 참 묘한 기분입니다.

“20년 전 했던 일인데 못할 게 뭐냐고 스스로 다잡아 봅니다. 당시는 휴무조차 사무소에 잘 보여야(?) 나올 정도로 비정상이 정상인 시절이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기라고나 할까요. 휴무는 건너뛰기 일쑤였고 심지어 휴무 교번에 차를 받으면 다음 행로는 엉뚱한 곳(모두 꺼리는 행로)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부산 당일에 바로 진주 박을 탔습니다.

팔팔하다는 30대였기 때문일까요! 그 어느 보다 환경적응이 뛰어난 인간이라는 특수성 때문일까요! 철도노동자는 힘겹게 죽음과 동행한 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도중 멈춰선 우리의 동료도 많습니다.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우리의 소중한 동지들이 그들입니다. 서울열차(지금은 용산고속과 서울고속으로 쪼개졌다.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에서만 유황식, 진주완 두 분이 순직했습니다. 한 분은 추석 대 수송기간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또 한 분은 문산 주박지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였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아들이었던 그분들은 불과 몇 년 차이를 두고 쓸쓸히 영면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먹먹한 일입니다.

예전의 일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여 년이 흘렀으니 강산도 두 번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이라고 흘려버릴 일은 결코 아닙니다.

당시만 해도 한해 30여 명이 사망한 던 시절, 한 달 두세 명의 철도노동자가 작업 중 순직했습니다. 소방공무원보다 배는 많은 수치였지만 철도청은 물론 언론이나 잘나간다던 시민사회단체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더는 안 돼! 언제 너의 일이 될지 몰라. 여기서 멈춰 줘. 제발

동지의 죽음은 우리를 자각케 했습니다. 침묵하던 철도노동자를 일깨웠습니다.

동료의 잇따른 참극은 민주노조 건설 투쟁에 불을 당겼습니다. 우리를 지켜줄 든든한 노동조합이 필요했습니다.

20001월 전국적 현장조직인 공동투쟁본부가 결성되었습니다. 많은 조합원이 파면과 해임, 비연고지로 전출당했지만, 철도노동자는 철도청과 당시 어용노조의 협공을 뚫고 민주노조를 쟁취했습니다. 김병구 이종선 두 동지가 지금은 사라진 용산차량 34m 철탑에 올라 40일간 농성투쟁을 한 것도 이즈음입니다. 부산정비창 가족대책위는 정비창 굴뚝에서 아이들이 울고 있다며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했습니다.

 

대법원은 철도노조의 3중 간선제(조합원이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이 본조합 대의원을 뽑고, 다시 본조합 대의원이 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식)를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조합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선거방식이라는 게 판결의 이유였습니다.

직선제가 도입된 20015월 첫 위원장 선거에서 조합원들은 압도적으로 민주 집행부를 선택했습니다. 1994623일 파업으로 해고된 최장신 선배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제 복직하게 되었다고 감격해 했습니다. 민주노조의 건설은 50년 어용노조 아래 신음하던 철도노동자에게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그 선배들은 2002년 철도·발전·가스 3사의 민영화 저지 공동 총파업과 2003420일 노··정 합의를 거쳐 복직했습니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작업 중 사망하는 철도노동자가 존재하지만, 그 수는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32교대가 도입되었고, 실질적인 휴무도 보장되었습니다. 시설-전기 직종의 노동조건도 개선되었습니다.

올해 철도노조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32교대를 42교대로 변경하는 거라 하네요. 비인간적인 ’,‘의 근무형태를 개선하자는 조합원의 요구와 저녁 있는 삶을 바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야 밤마다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으니까요.

20대 인천역 수송원 김융희. 나의 동기 김남호, 서울열차 유황식, 새마을 전무 진주완....... 그리고 해고 동지 허광만..... 김창수 형님. 그들도 별이 되었을까요?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 밤 하늘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유난히 빛을 발하거나 유독 마음이 끌리는 별이 있다면 조용히 숨을 고르고 눈을 감아보세요. 누가 떠오르나요.

밤하늘을 가르며 별똥별이 지날 수도 있습니다. 놓치지 마시고 소원을 빌어보세요. 별똥별은 지금은 별이 된 당신의 소중한 분이 보내는 희망의 메신저라 합니다. 아시겠지만 별똥별은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소원의 첫 마디도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름 모를 별이 되어 저 하늘에서 반짝이고 계실 동지의 영면을 빕니다.

당신은 영원한 철도노동자입니다.

 

잘 들 계시지요.”

 

 

2018.05.11. 백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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