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확인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 확인

조합원광장

1만시간의 법칙

  • 작성자백남희
  • 등록일2019.03.10
  • 조회수1,109

 

"1만 시간의 법칙"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습니다. 물은 보다 낮은 곳으로 향하고, 땅의 기운을 맘껏 끌어 올린 나뭇가지 곳곳마다 연둣빛이 선연합니다. 온 몸이 나른하고, 연신 하품하고, 바람난 것도 아닌데 밖으로만 돌고 싶습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겠지요.

봄은 만물의 기운입니다. 새롭고 파릇파릇합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그렇지 너울너울 춤추며 피어날 아지랑이도 정겹습니다.

모 전무는 1월 초 설계한 한 해의 다짐과 계획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시기로 요즘을 보낸다고 합니다. 이제 묵은 것은 훌훌 털어버리고 기지개를 활짝 펴 내일을 향할 지금은, 상긋한 봄입니다.

 

하지만 더러는 과거를 흘려보내지 못하고 안주하려 해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인간의 오랜 습성중 하나인지 모르겠지만, 이는 봄에 겨울옷을 입겠다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습니다.

여객사업본부의 상황도 비슷해 보입니다. 아직도 앙금이 남아 대화는 물론 노사협의조차 제대로 안 된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작년 여객사업본부는 열차승무원 강제전출을 야심차게 추진했습니다. 대화와 타협이 기본인 노사관계를 깡그리 무시하고, 노사가 임금 잠정합의를 하자마자 해묵은 강제전출을 시도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기습작전이 최고라는 삼국지의 한 대목처럼 그들은 전광석화 같았습니다.

곧이어 38명을 강제발령 냈고, 그제야 대화니 타협이니 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기선제압이라 생각했겠지만 후려갈기고 대화하자니 잘될 리가 만무했습니다.

노사는 오랜 기간 불신의 늪에 빠졌습니다. 열차승무원들은 올해 설 명절 전까지 역대 최장기 투쟁복과 몸벽보, 대규모 1인 시위 등을 하며 저항했습니다.

 

당시 여객사업본부는 역과 열차의 인사 적체를 주요이유로 꼽았습니다. 고임금 편한 일자리라 몰아세우기도 했지요. 직급과 호봉으로 임금이 정해지는 구조에서 고임금이란 주장은 애초 성립할 수 없는 논리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편한 일자리요? 노동자가 투쟁하지 않는 한, 세상 어디에도 그런 일자리는 없습니다. 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거지요. 실제로 사무직 대체승무원의 생생한 증언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죄송하다”,“미안하다며 뒤돌아섰던 그들의 처진 어깨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억지로 승무업무에 내몰린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피해자입니다.

 

사실, 열차승무원을 4년 주기로 100% 물갈이하겠다는 여객사업본부의 발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코미디에 불과합니다. 시에도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고, 뭔가 숨겨진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었죠. 승무경험이 있는 자라면 얼마나 무모한 계획인지 그들도 알았을 것입니다.

‘1만 시간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른바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맬컴 글래드웰이 2009년 발표한 <아웃라이어>에서 모차르트, 비틀스, 스티브잡스, 빌 게이츠 등 당대 천재들의 공통점을 설명하면서 제시한 개념입니다.

업무를 익히고 원만해지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과정을 고려한다면 여객사업본부의 계획은 전문성을 터득할 즈음 그만두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은 밥도 죽도 아닌 꿀꿀이죽을 원했던 겁니다.

 

여객사업본부는 숨기고 싶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역의 인력문제였습니다. 여기에 지역본부의 무분별한 업무지시, 특정인에게 업무가 몰리는 기형적 현상, 심지어 법에 보장한 연·병가조차 눈치 보며 사용하는 현실에서 직원의 역 탈출 시도는 어쩌면 자연의 섭리에 가깝습니다. 도대체 부족한 인원으로 인력공백을 때우라는 여객사업본부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겁니까?

강제전출는 역의 기형적인 운영과 열악한 근무조건을 덮어보려는 그들만의 야심 찬 꼼수였습니다. 당시 설왕설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본심이 보이는 법입니다. 내부의 문제를 밖으로 돌려 위기를 피해 보려는 일부 그릇된 정치인을 고스란히 닮았죠.

 

이제 바로잡아야겠습니다. 백날 남의 다리 긁어봐야 시원하지 않습니다.

그 시작은 온전한 42교대 시행입니다. 대충 적당히 말고 제대로 하자는 말입니다.

또한, 하루아침에 승무복을 벗어야 했던 38명을 조속히 원 소속으로 되돌려 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무분별한 사무직원의 대체투입을 멈춰 여객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말이 아닌 실천이 중요합니다.

장관도 바뀌고 사장도 바뀌고 노동조합 위원장도 새롭게 선출된 지금이야말로 여객사업본부가 거듭날 가장 적합한 시기이자 기회입니다.

비정상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모두가 원하고 있습니다.

 

 

2019. 03. 10. 백남희

댓글33

    비밀글 의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