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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광장

쇠말뚝

  • 작성자백남희
  • 등록일2019.05.01
  • 조회수983


쇠말뚝

 

지난 410철도하나로 범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습니다. 철도의 주인인 국민이 나서 지지부진한 고속철도 통합을 마무리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날 운동본부는 철도 통합으로 민영화 정책을 종결하고, 공공적 발전을 이루며 안전하고값싸고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기만 해도 고속철도 통합은 기정사실인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한 달 한 달 미뤄지더니 급기야 철도산업구조개혁 연구용역마저 중단되었습니다. 자본과 국토부 관료, 보수 정당 등 민영화 찬성론자의 공세가 집요하다고 합니다.

 

고속철도 민영화의 역사는 이명박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명박 정권은 철도공사를 5개 자회사로 쪼개는 첫 단계로 고속철도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국민의 반대와 철도노동자의 저항으로 멈춰야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민영화를 경쟁이라 위장하고, 개통 예정인 수서발 고속철도만 분리해 민영화하는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수서발 고속철도는 지난 20131218일 강제 분리되었습니다. 당시 2천여 명이 넘는 시민과 철도노동자가 코레일 임시이사회가 열린 서울사옥을 포위했지만, 중무장한 경찰병력의 보호막을 뚫지는 못했습니다. 철도노동자는 1231일까지 23일간 총파업을 벌였습니다.

·고생 수백명이 플레시몹으로 응원했고, “당신은 안녕하십니까?”란 신조어가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소울드레서, 화장빨 등 시민사회단체의 후원도 굉장했습니다.

 

고속철도 분리 민영화는 일제 강점기의 쇠말뚝을 닮았습니다. 일제가 독립운동의 기운을 말살할 목적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에 쇠말뚝을 박았던 것처럼, 박근혜 정권은 철도의 유일한 흑자노선을 분리해 투쟁의 싹을 자르려고 했습니다.

수서발 고속철도 분리는 철도공사 적자 확대 구조조정 지방노선 민영화 철도공사 5개 자회사 분할 철도 민영화라는 거대한 노림수의 출발이었습니다. 통합을 미루면 언제든 되살아날지 모릅니다.

 

얼마 전 천안아산역에서 환승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열차는 수서까지 운행하는 SR열차입니다

어깨에 소형 스피커를 멘 직원이 승강장까지 나와 안내했습니다.

 

‘SR이 직원을 배치했구나...’

다소 놀라워하면서도 당연한 거라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복장이 우리랑 너무 비슷하더라고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분의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물론 눈치체지 못하게 조심했지요.

 

................

 

그 분은 황당하게도 우리 직원이었습니다.

 

경쟁이라며 경쟁사의 업무까지 대신하는 현실, 이거 경쟁 맞습니까?

실제로 주식회사 SR은 철도공사로부터 모든 차량을 임대해 운영합니다.

차량수리도 철도공사가 합니다.

승차권 판매는 물론 고객 안내도 철도공사의 몫입니다.

이는 밥과 반찬, 숭늉까지 대령해, 심지어 먹여달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은 입만 벌리고 있으면 됩니다.

민간기업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주식회사 SR은 철도공사 없이는 존재 자제가 불가능한 미생입니다. 영화 에일리언의 숙주와 기생관계나 소위 빨대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동일선로에서 고속철도를 분리해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안전은 물론 중복투자, 중복운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가 통합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철도공사가 운영하면 수백억이면 족하지만, 수천억 원을 쏟아 부으며 분리한 것도 신기합니다. 철도공사가 운영하면 사무소 하나-관리자 서너 명이면 충분합니다. 불필요한 관리인력 확 줄일 수 있습니다.

국민이 공평하게 요금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환승은 물론 모든 열차를 맘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흑자노선 수익으로 지방노선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지적하듯이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게 가장 합리적입니다.

 

한국철도는 오랜만에 민영화의 망령에서 벗어나 만주와 시베리아 유럽까지 비상할 호기를 맞았습니다. 동북아물류의 중심기지로 우뚝 서느냐 아니면 철도 변방으로 전락하느냐의 갈림길이기도 합니다.

그 시발은 철도노동자 죽이기이자 민영화 일환으로 분리한 고속철도를 조속히 통합하는 것입니다. 고속철도의 통합은 민영화의 쇠말뚝을 뽑는 일입니다.

 

천운인지 모르지만 고속철도 분리민영화에 관여한 국토부 장관 내정자가 낙마하고, 당시 국회의원으로 반대투쟁에 앞장섰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유임되었습니다.

통합을 마무리하라는 하늘의 뜻이겠지요.

 

철마에게 통합의 날개를 달아 줍시다.

 

 

2019. 5. 1. 백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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