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확인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 확인

기쁜 일 슬픈 일

(고) 성북역지부 심근원 동지 추모글

  • 작성자최강지부
  • 등록일2021.04.22
  • 조회수542

화향 백리 인향 만리

- 고 심근원님 추모글 -

근원이형 (1978.09.21 ~ 2021.04.21 )

이렇게 가시다니...... 설마 설마 했는데......

"사랑한다 근원아!" 하는

국장님 카톡방 글 읽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힘든 로컬 자리 지켜줘서, 고생 많은 조합 임원 자리 맡아줘서, 그동안 지부장, 부지부장, 여러 조합원 도와줘서. 행사 준비, 진행, 사회 및 선거, 투쟁, 집회, 정리 등 궂은 일 마다않고 늘 밝은 표정으로 솔선수범했던 사람이었다.

크지 않은 체구로 늘 선봉에서 성북지부 깃발 당차게 잡고 서 있던 모습과 촛불집회 때 깃발 들고 종로거리 맨 앞서 행진하던 늠름한 모습 떠오른다. 뒤따르던 우리에겐 얼마나 든든하고 큰 힘이 되었는지,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땐 미처 얘기 못했다.


모든 방면에 완벽한 사람이었다.

축구 등 운동은 물론 로컬관제원 업무 성숙도는 감히 견줄 수 없다. 같은 조는 아니었지만, 출퇴근 교대 때 어깨 너머로 바라보던 운전취급 능력은 막힘없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리고 늘 내가 동경의 대상으로 삼던 목표 중 하나였다. 그것도 끝내 표현하지 못했다.

함께 축구 동아리 나가보자고 권유했는데, 끝내 거절했던 것이 많이 미안하고 아쉽다.

서울역 집회 때 동남아 사람 영어로 길안내 해 주던 유능하고 친절한 모습도 떠오른다.

 

그러면서 참 지식 많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영화, 애니, 책 등 다방면 지식으로 동료들과 농담 스스럼 없이 주고 받던 친근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늘 주위 분위기 밝게 해주던 빛과 소금 같던 소중한 사람이었다.


참 강직한 사람이었다.

권모술수 모르고 거짓없이 늘 직진만 하던 사람. 동료들 대변해 관리자에 거침없이 의견 피력하던 모습, 부러질 지언정 꺾이진 않았다. 늘 무거운 짐 혼자 짊어지고 뜨겁고 사나운 모래폭풍 사막 홀로 거닐던 낙타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늘 외롭고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내색조차 없었다.

 

강인한 사람이었다.

늘 전태일 열사 보는 듯 했다. 단단한 근육질 몸매로 운동 좋아하던 사람. 오히려 생사를 넘나드는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던 사람. 어떤 역경이 와도 홀로 훌훌 털고 일어설 것만 같던 사람. 그래서 웃는 얼굴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 큰 힘이 되어줄 것만 같던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참 친절했다.

역무팀에서 조심스레 열차정보 묻는 전화올 때 늘 친절히 답변 해줬다. 그땐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이제와 역무수송 해보니 역무원에겐 단비와도 같은 고마운 일들이었다. 오히려 역무원들 미안해 할까봐 먼저 전화해 불안 씻어줬을 뿐 아니라, 무전교신 취급도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줬다.


정도 참 많았다.

조영량 형님 1주기 추모식 때 광운대역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추모사 읽다가 눈물 왈칵 쏟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020년도 5월 조영량 형님 3주기 추모식 때 근원이 형이 사회 봤는데

내가 간략한 멘트와 추모곡을 불렀다. 근원이 형이 멈칫하며, "조영량 선배님과 촛불집회 때 이 노래 부르던 생각나서 순간 울컥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청중들에게 말하던 기억이 난다. 작은 일까지 일일이 기억해 주고 소중한 인연 잊지 않던 배려 깊고 정겨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참 미안한 사람이다.

실제로 근원이형 마지막 얼굴 본 것이 `21.02.28 비번날 이었던 듯 싶다. 정확히 기억한다. 창동로컬에서 광운대 역무수송으로 발령 받은 게 03.02 였고 짐도 옮길 겸 비번날 광운대역 들러,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운전실로 찾아갔다. 열차운용 및 취급하는 걸 보니 주말이었다. 병용 형님, 해원이. 근원이형 근무였다. 그 날 생각보다 밝아 보였다. 얼마 전 간간히 기침 많고 낯빛도 어두웠었는데......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게 내가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신호제어 사람들 연락처 찾아 파일로 정리하는 등 즐겁게 일하던 게 불과 채 두 달도 안됐는데...... 건강이 제법 회복된 줄 알았건만 연이어 병가소식 들리고, 병가 연장...... 4.14 대의원대회 때 모든 대의원들이 두손 모아 쾌유 빌 때만해도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연이어 휴직 얘기도 오가다 중환자실 얘기 들은게 바로 4.21일 당일 오후 3시경 국장님과 통화 때였다. 그리고 나서 비보를 자정 가까이에 듣으니 심장이 쿵하며 실감 나질 않는다.

이제와 보니 찰나가 급박한 상황이었는데, 인지를 못한 건지 일부러 외면한 건지 쓰라린 반성만 해본다. 당신껜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의 분초였을텐데......

마지막 가는 길 외롭고 쓸쓸하게 해 너무 미안하다.

 

신은 가장 아름다운 꽃을 제일 먼저 꺾는다고 누군가 그랬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혼돈 뿐인 세상 자신의 모든 것 태워 남은 기력 한줌조차 남지 않은 사람을

천국으로 먼저 소환한 게 아닐까 싶다.

신께 허락받은 소임 다하고 열정 불살라 소진한 채

천국행 열차표를 선물받은 건 아닐까 한다. 적어도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현세에 그만 아파하고 이제 좀 쉬고 자신 행복만을 위해 남은 영혼 살아가라고......

그렇게들 사셨다 당신들....... 영량 형님...... 근원이 형.......

그렇게 그렇게 우리 곁을 지켰던 아름답고 든든한 꽃과 별이 하나둘 스러져 간다.

마치 가장 아름다운 벚꽃이 가장 빨리 지듯.

어쩌면 가장 빨리 지기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고, 아쉽지는 않을런지.......

 

죽음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인생의 완성"이라고도 한다.

예상치 않은 이별이다. 꽃과 별이 된 당신의 고통과 번민을 헤아리지 못해

너무나 뼈아픈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지만,

영혼 맑은 당신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추억과 잊을 수 없는 영광일 듯 싶다.

돌이켜봐도 한 치 부끄러움 없이 고결했던 깨끗한 삶의 흔적들.

사는 동안 무수한 아름다움과 미담을 몸소 실천으로 수 놓았던 당신들.

 

혹시 그것 아시는지. 벚꽃은 꽃이 지는 동시에 잎이 펴

푸르름과 그늘의 휴식을 주고, 단풍의 아름다움과, 겨울철 눈꽃송이 피어

사시사철 포근한 안식을 준다는 사실을. 꽃이 진다고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렇게 그렇게 우리 가슴에 조영량 형님 이어,

심근원이이라는 별과 꽃이 또다시 새겨진다.

해마다 벚꽃지고 유채꽃 필 무렵 가장 뜨거웠던 한 사람이 문득 떠오르려나~~~

 

근원이형 안녕~~~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 2021.04.22.() 성북역지부 후배 올림 -

  • 데이터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