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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노웹진

[공감李吳] 하계수련회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7.07.31
  • 조회수295








더운 여름날, 에어컨이 아닌 에어컨 실외기를 맞으며 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여전하다. 


하계수련회


수영복을 폼 나게 입기 위해
몇 끼쯤 굶을 궁리를 하는 아내와
며칠 전부터 깡충깡충 아이가 손가락을 꼽는 동안
차표를 예매하고
고추장 된장을 챙기며
보이는 것만 믿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지랄 같은 팔월 한더위
덤벙 덤벙 물 속에 처넣고
노래방 기기 앞에서 가수가 되어 있는 동안
쌀을 씻고
감자를 썰며,
소리 나는 곳으로만 눈길을 돌리는 우리에게
한 발짝 비켜 서서
저녁밥으로 끓고 있는 그가 있다

설익은 밥을 무척이나 미안해하던 그가
북어국 아침을 위해
알람시계처럼 일찍 잠자리에 드는 동안
모깃불을 지피고
나이테만큼 소주병을 줄 세우며
밤새 격류하는 우리들의 강가
기억하리라
기억나는 것만 기억하리라

깔깔 물방울 튀던 하계수련회
사진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던 그가
어느새 서울특별시 우리집 안방에 있다
수영 솜씨도
노래 솜씨도 기억나지 않는 그가
살갗이 벗겨지는 까만콩 아이의 등짝에
속살보다 더 푸르게 돋아나고 있다


이한주 병점열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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