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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노웹진

국토부 철도민자사업 계속, 재벌에 혈세 바치려 하는가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7.07.31
  • 조회수726






이 글은 박흥수 조합원(서울기관차지부)이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기고] 중단된 평택-오송 고속철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국토부

 

 

한나 아렌트는 1961년 예루살렘 법정에 선 아이히만을 보고 전혀 다른 악을 보았다. 악을 일상적으로 범했던 악한이 아닌, 소명으로서 국가적 사업을 진행한 공무원의 모습이다. 무고한 사람들을 가스실로 인도하는 일일지라도 아이히만에게는 주어진 일을 마땅히 처리하는 행정 관료로서의 일일 뿐이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던 자라는 면에서 평범한 얼굴을 한 악을 발견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언제든지 악의 평범함을 구현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체화함으로써 악의 발화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이 아이히만으로부터 얻는 배움이다.

 

민주공화국의 가치란 무엇인가? 공화국을 상징하는 영단어 리퍼블릭(Republic)에서 알 수 있듯이 공공성을 세운다는 것이다.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구성원 다수의 이익을 바탕으로 사회를 만들어 나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일부 관료들은 반공익적 사업을 단순히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을 갖고 집행한다.

 

뛰어난 머리로 바늘구멍 경쟁을 통과했다는 엘리트 의식은 쉽게 민중은 개돼지란 결론에 도달한다. 이들 관료 엘리트들이 만나는 상층의 카르텔에서 보면 공무원이 무엇에 복무해야 하는지 훤히 보인다. 진정 무서운 일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관료이다.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온갖 난관을 극복해내며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 이를테면 철도민영화와 경쟁체제를 소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새로 취임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효율성 때문에 공공성이 침해되는 정책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관의 다짐과 무관하게 실무부서에서는 새 정부의 기조와는 다른 정책을 집요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국토부는 선로 용량 한계에 다다른 고속철도 평택-오송간 2복선 건설 계획을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민자 사업에는 정부가 고시하는 것과 민간이 제안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평택-오송간 2복선 건설 사업은 민간제안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산업개발은 총 사업비 37755억 원으로 평택-오송간 고속선을 건설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자 적격성 심사에서 예비 타당성(예타)0.3으로 나와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편익/비용 비율이 1을 넘어야 하는데 0.3에 그친 예타 결과는 민간 제안 사업의 경제성이 형편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평택-오송간 2복선 사업은 국가가 책임지는 재정 사업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국토부가 주장하듯 시급한 사업이라면 국가기간 철도망 건설 주체인 철도시설공단이 사업을 추진하면 된다. 민간이 부풀린 사업비 거품을 걷어내고 사후 관리도 훨씬 공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기발한 발상을 내놨다. 어떻게든 고속철도 노선에 민간을 진출시키기 위해 안달이 난 모양이다. 평택-오송간 2복선 사업의 민간 제안이 실패하자 민자 사업의 다른 방식인 정부 고시 사업으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지난 626일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신청을 하고 요구서를 보냈다.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에 경제성 용역을 다시 맡겨 예타 수치가 1.1로 나온 결과를 갖고 민자 사업 재도전에 나섰다. 여기서 눈여겨 볼 기관은 교통연구원이다. 교통연구원은 국책연구원이 가져야할 설립 취지나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국토부의 청부 연구소 역할을 해왔다. 교통연구원이 위기로 몰아넣은 지자체는 한 둘이 아니다. 용인경전철의 파행이나 의정부 경전철 파산의 씨앗은 교통연구원이 뿌렸다. 또한 경쟁체제란 이름으로 KTX 민영화 추진에 앞장서다가 마침내 수서고속철도(SRT)를 분리해내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국토부나 교통연구원은 한국 고속철도망에 최초의 민간 사업자 진출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 민간 사업자가 제안에 나섰다. 예비 타당성 평가에 실패한 몇 가지 조건을 바꿔서 예타 지수 1.1을 추정했다. 수 십 년간 예측 수요 부풀리기로 민간사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제도적으로 세금을 강탈해 나가는 데 기여한 교통연구원으로서는 어렵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교통연구원의 예측이 맞건 틀리건 수익은 민간 사업자에게, 손실은 시민이 부담하는 체계가 완성된다는 점이다. 그 동안 반복되어 왔듯이 교통연구원의 예측이 터무니없어 평택-오송 고속철도 노선의 민간 사업자가 손실을 보게 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한 이용료 인상은 준비된 수순이다. 고속철도노선 이용 대가로 선로사용료를 내는 코레일 같은 운영기관은 높아진 선로 사용료를 상쇄하기 위해 열차요금 인상에 나서거나 적자부실기업으로 유도된다. 철도 시설 건설부채의 부담을 안고 있는 철도시설공단 또한 주 수익원인 고속철도 선로 사용료를 민자 기업에 빼앗기게 되어 만성 적자 구조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용객들은 편익이 높아졌다는 감언이설 속에 인상된 요금을 감수해야 한다. 재벌의 수익을 위해 온 사회가 합심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다. 설사 교통연구원의 예측이 맞아 수익을 얻게 되어도 그 수익금은 민자 사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몫이 된다. 이처럼 경쟁은 커녕 별다른 노력 없이 수 십 년간 안정적으로 돈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경쟁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국토부가 앞장서 추진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일이 신임 장관의 승인 아래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국토부 철도 정책 담당자들과 민자철도팀의 독단적 결정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심각한 문제이다. 민간 제안 사업에 나섰던 현대산업개발은 정부 고시 사업을 인수받으면 그만인 셈이 됐다.

 

국토부는 총 사업비로 32443억 원을 책정했다. 이중 국고에서 16348억 원을 지원하고 민간 사업자는 16095억을 부담하게 된다. 민간 사업자는 건설 구간에 저가 입찰 하도급을 줘 사업비 대비 실행 원가를 낮춘다. 또 금융기관이나 투융자회사로부터 차입금을 들이면 실제 민간 사업자가 부담하는 돈이 얼마나 낮아질 지는 알 수 없다. 빌린 돈에 대한 이자는 비용으로 처리돼 법인세 감면의 길도 열려 있다.

 

오송-평택간 고속선은 46.3킬로미터에 불과한 노선이지만 이것은 또 다른 민영화의 트로이 목마이다. 현재 모든 민자 도로는 높은 통행료로 악명이 높다. 도로공사 관할 도로의 2~3배에 이르는 통행료로 이용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재벌 기업들의 곳간을 채워주고 있다. 민자 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신분당선은 아예 노약자나 장애인 할인을 없애겠다고 나서고 있다. 민자사업 = 높은 이용료는 당연한 상식이 되어버렸다.

 

국토부는 민자 사업의 결과로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인천공항철도 운송수익 보장으로 6년간 지출된 정부 재정 13000억에 매각 대금까지 챙기고 떠난 재벌 컨소시엄, 파산된 의정부 경전철 등 전국 곳곳의 도로, 터널, 철도에서 민자 사업이 만들어낸 파열음이 끊이지 않는다. 재벌과 투융자회사의 선진 투자 기법을 시험하는 대상이 되어 버린 민자 사업이다.

 

민주공화국의 공무원이라면 그동안 민자 사업이 발생시켰던 파행과 폐해가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전 사회적 원성이 자자함에도 불구하고 뚝심으로 밀어 붙이는 국토부 관료들의 소신은 어디에서 발현되는 것인가? 어째서 국토부 고위 관료들은 재벌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지 못해 안달인가?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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