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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노웹진

‌["야"트막한 "생"각의 "화"수분] '자유', 그 잊지 못할 기억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7.12.04
  • 조회수105



닭의 지능은 걸음 수를 세어 측정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닭을 붙잡아서 대가리를 탁! 때리면 놀라 도망가기 시작하는데, 그 걸음이 늦어지기 시작하기까지의 걸음 수가 곧 닭의 지능지수라고 한다. 닭의 도망가는 걸음이 늦어진다는 것은 이미 자기가 한대 맞았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도망을 가야하는 이유를 이미 잊어버렸기 때문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우스개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닭대가리'라는 말은 참 심한 말임은 틀림없다.

 

우리 집에는 일곱 마리의 닭이 있다. 닭들은 마당 한 켠에 높이 1.5m 내외의 결코 낮지 않은 펜스로 만들어진 우리 안에 가둬져 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닭이 그 높은 펜스를 뛰어넘어 탈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암탉 한 마리와 수탉 한 마리가 탈출했는데, 수탉은 그 뒤로 더 나오지 않고 암탉 한 마리만 꾸준히 탈출하고 있다.

 



내 입장에서 보면 펜스 밖 세상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목을 축일 물도 없다. 오히려 근처에는 신경질적으로 짖어대는 개 한마리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고, 가끔은 매 종류의 맹금류가 날개를 펼친 채 하늘을 빙빙 돌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그 암탉은 펜스를 뛰어 넘어 마당을 누비고 있다. 뭐가 그리 좋아서일까? 우리 안과 밖의 차이 중에서 밖이 좋아 보이는 거라고는 공간적으로 자유로워졌다 정도 뿐일텐데. 설마 닭이 그 '자유'를 느낀 것일까?

 

만약 그런 거라면, 형편없는 지능을 가진 '닭대가리'의 한계를 넘고, 나아가 자기 키의 다섯배가 넘는 펜스를 뛰어 넘게 만드는 그 '자유'란 것은 대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것일까? 너무도 당연하게 누려온 '자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인식하는 '자유'는 어떠한가? 과연 '자유'라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도 한계를 뛰어 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동기를 준 적이 있었는가?

 



나에게 이런 생각의 기회를 준 고마운 암탉에게 선물을 주어 마땅하지만 오히려 오늘 암탉의 '자유''박탈'하고 말았다. 우리집 마당이 아닌 옆집 시금치 밭에 들어가 난리를 치려던 찰나 내게 들키고 만 것이다. 단숨에 달려가 닭을 붙잡아 우리에 넣고, 펜스를 뛰어 넘는데 도움을 줄만한 바닥의 물건들을 모조리 치워버렸다. 펜스가 사실상 더 높아졌으니 이젠 더 이상 펜스 너머의 마당에 나갈 수 없겠지.

 

나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고마운 암탉도 깨달아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몇 걸음만에 까맣게 잊고 말겠지만.

 

 

이승호 익산전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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