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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노웹진

[공감李吳]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그럴 수 있을까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7.12.04
  • 조회수154

큰 애에게서 전화가 왔다. 돈이 필요하거나 혹은 부탁할 일이 있을 때 전화를 하곤 해서, '오늘은 또 뭘 해줄 수 있을까?' 벨이 울리는 잠깐 동안 설레였다. 아이가 해 달라는 걸 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우쭐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들만 요구했다. 그리고 내가 해 준것 보다 더 크게 고마워했다.

 

"나 정말 그만 둬도 될까?"

아이는 올 초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했다. 복지와 급여는 나쁘지 않은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 힘들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아깝다고 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자신의 20대가 이곳에 이렇게 묶이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그 마음이 전해졌다. 스물 몇 살들은 늘 들썩이기 마련이다. 어느 한 곳에 자리잡기에는 좀이 쑤시는 나이다. 나도 스무살 때 그랬으니까.

그래도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는 건 모험이었다. 아이를 잘 달래볼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지나온 스무 몇 해를 펼쳐놓고, 자신의 삶을 조망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다음 신입 이 들어오는 내년 봄까지 1년을 채우기로 했다. 오늘 퇴직 여부를 최종적으로 회사에 전달해야 하는 날이라고 해서 전화를 한 모양이다.

"이제 어느정도 적응도 돼서, 정작 그만두려니까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잘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나는 잘 했다고 했다. 그전부터 그만두기로 결정했으니, 즉흥적인 감상에 흔들리지 말라고 했다.

아이의 전화를 끊고, 나도 잘 한 결정인지 확신은 서지 않았다.

월급날 마다 쌓이던 적금도 아깝고, 무엇보다 나중에 아이가 그때 왜 말리지 않았어, 원망할 것도 같고... 또 생의 길목마다 후회는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잠깐 사이에 그만두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열 두가지 더 늘어났다.

 

막연하게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준비된 게 없다는 건, 또 그만큼의 시행착오를 예고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 은 늘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기꺼이 딸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그럴 수 있을까 싶어서.


이한주  병점열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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