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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노웹진

[한옥을 짓다④] 나무와 씨름하다 - 치목과 집짜기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8.02.12
  • 조회수290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와 보람도 컸던 시베리아 횡단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마음이 급하다. 7월 초에 들어와서 중순부터 토목공사에 바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8월초에는 동해로 넘어가서 치목을 시작해야 한다.

 

토목공사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미리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서 비전문가 건축주들이 많이 겪는 오류가 토목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형에 맞게 땅을 만들고 배수로 등을 미리 조성해야 건축이 편하다. 집을 다 지어놓고 나중에 배수로 작업을 하다보면 장비가 들어갈 공간도 협소하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가급적 충분한 시간과 계획을 가지고 토목공사를 진행하기를 권한다.

 

토목업자와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들어오기로 한 장비 기사가 갑자기 사고가 나는 바람에 일정이 연기되기도 하고, 마른장마라고는 하지만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해서 결국 7월 말에야 겨우 토목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완만하지만 경사진 땅이라서 평평한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높은 곳을 깎아서 낮은 곳에 성토를 하는 방식으로 평평한 땅을 만든다. 깎아낸 땅은 상관없지만 성토(흙을 덮어 돋운)한 땅은 충분히 다져주지 많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내려앉게 마련이다, 그래서 시간을 충분히 두고 토목공사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좌충우돌 초보 건축주가 그런 걸 미리 준비했을 리가 없다. 돋운 땅을 다지는데 가장 좋은 것은 물이다. 비가 흠뻑와주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흙 사이의 공간을 메워주기 때문에 빠르고 쉽게 땅을 다질 수 있다. 그런데 하필 마른장마. 어쩔 수 없이 양수기를 이용해서 옆에 개울물을 끌어와서 성토한 땅에 충분히 적셔주었다. 나무를 치목하는 사이에 자연의 힘으로 다져지기를 기대하면서 동해로 넘어간다.

 


 

나무와의 동거

 

토목공사를 해서 기울어진 땅을 평평하게 만들고, 드디어 8월초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산림조합 중앙회에서 운영하는 동부목재유통센터에 자리를 잡았다


제재소가 함께 있어서 그 곳에서 나무를 구입하면 제재도 해 주고 한옥 목수들이 나무를 치목할 수 있는 치목장과 숙소도 제공해 준다. 점심엔 구내식당도 이용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아침과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사먹어야 했다. 다행히 구내식당 식사는 먹을 만 했고, 두 달 동안 아침 저녁을 대먹었던 식당 사장님도 손맛이 있는 편이어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다. 그리고 바닷가라서 해산물이 많아 잘 먹은 편이었다


단점은 관광지가 가까워서인지 물가가 비쌌다. 바닷가 바로 옆이라 경치도 좋았고 고속도로 IC 바로 앞이라 교통도 편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었다.

 


치목이란 나무를 조립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과정을 말한다. 원목을 골라 원하는 치수를 주문하면 제재소에서 원통의 원목을 사각 또는 원형으로 1차 가공을 해준다. 그걸 받아서 목수들이 공구들을 이용해서 나무들이 서로 결합될 수 있도록 모양을 가공하는 과정이 바로 치목이다.

 

목표는 9월 말까지 치목을 완성해서 10월에 문경으로 넘어가서 집을 짜 올해 안에 목구조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초보자가 대부분인 치목은 제 시간에 될 리가 없었다. 손발은 안맞고 질서도 없어서 서로 부딪히기 일쑤였지만 투닥거리는 사이에도 더디지만 일은 마칠 수 있었다. 9월엔 추석까지 껴있어서 결국 10월 중순에나 문경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한옥학교 동기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몇몇분은 일당도 없이 힘을 보태주었다. 그 분들께 빚을 진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 빚을 갚을 기회가 오길 바란다. 순천에 계신 김병호 동지께도 감사드린다.

 



관정을 뚫다

 

문경으로 넘어가서도 바로 집을 짤 수는 없었다. 목수들 숙소도 준비해야 했고 기초공사도 해야 했다. 숙소는 다행히 바로 옆에 빈집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집주인에게 양해를 얻어 거의 공짜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물이었다. 물이 없으면 목수들이 일하고 나서 씻을수도 없고 집을 짓고 나서도 사용할 물은 어차피 해결해야 할 터였다. 마을 상수도가 있으면 연결 공사만 해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산골이라 그런지 마을 상수도가 안정적이지만 못하고 부족한 편이었다. 이장과 상의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한다. 면에서 몇 년째 상수도 공사를 하려 해도 예산이 부족해서 앞으로 몇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고 한다.

 


결국 관정을 뚫기로 한다. 그런데 알아보니 관정 뚫는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지역마다 다르고 업체마다 달랐다. 또 농업용수, 생활용수, 식수 등에 따라 비용이 달랐다. 깊이를 얼마까지 뚫을지에 따라 대공, 소공 등으로 구분해 비용을 다르게 책정했다.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로 소공으로 선택하면 큰 부담없이 관정을 뚫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왕에 비용을 들여야 한다면 음용 가능한 식수로 하고 싶었고 깊이 뚫으면 오염에 대한 우려도 적을 듯 했다.

 

결국 고심 끝에, 그리고 업체와의 치열한 협상 끝에 식수를 조건으로 800만원에 하기로 했다. 깊이는 100미터로 하기로 합의했다. 드디어 장비가 들어오고 이내 땅을 파들어 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30Cm도 채 들어가지 않았는데 먼지가 올라온다. 암반이란다. 결국 100미터를 파내려 가는데 전부 암반이었다. 50미터쯤부터 물이 뿜어져 올라온다. 그러나 만족하지 않고 100미터를 다 뚫었다.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어쨌든 한번에 물이 나와서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 관문이 남았다. 수질검사를 통해 음용이 가눙한 지 확인해야 한다. 결국 한 달 후에 결과가 나왔는데 음용수 합격 판정이었다. 우리집 물은 천연 암반수로 그냥 마신다. 비용이 비싸긴 했지만 물이 좋아서 만족스럽다. 지금도 잘 마시고 있다.

 

치목이 끝난 후 목수들에게는 일주일의 휴가를 주고 그 사이에 부랴부랴 숙소를 준비한다. 오랜 동안 방치된 집이어서 청소하고 보일러도 새로 놓고 해서 목수들과 함께 조립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기초공사는 전통 방식으로 선택했다. 기둥이 들어가는 자리만 깊이 파서 돌과 모래, 소석회를 다져서 기초를 하는 방식이다. 콘크리트는 사용하지 않았다. 기초 공사를 끝내고 조립에 들어갔지만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치목해 온 부재는 서로 맞지 않아 다시 현장에서 보완작업을 해야 했고, 도편수는 유행성출혈열에 걸려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그나마 경험 있는 목수 형님은 지병인 당뇨가 심해져서 중간에 짐을 싸야했다. 여름엔 마른장마라고 사람들 애를 태우더니 늦가을에 주룩주룩 비는 자주도 내린다.

 

이래저래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 부랴부랴 경험 있는 목수들을 투입해서야 일은 진행될 수 있었다. 11월에 상량식을 하고 12월안에 마무리하려 했던 목표는 결국 의지의 과잉이었다


12월 중순에 겨우 당겨서 상량식을 하고 1월 중순에야 목구조를 끝낼 수 있었다. 추운 겨울날 상량식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도 꿋꿋하게 집을 완성해준 목수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중간중간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도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사실 내가 준비한 것은 여기까지였다. 내가 직접 하는 것은 목구조까지이고 남은 공사는 파트별로 업자들을 고용해서 진행할 생각이었다. 물론 대체로 그렇게 진행하기는 했으나 그 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고 과정도 많았다. 순진하게 목구조까지만 하면 7할은 완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목구조까지가 3할에 불과했던 것이다. 해를 넘겨 기와얹기와 구들놓기, 그리고 재미난 흙놀이가 펼쳐진다.

 

 

유성주 시흥차량지부(2014년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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