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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노웹진

[야생화] 적폐청산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8.03.05
  • 조회수438

[“트막한 각의 수분] 적폐청산



오영식 사장 취임 후 대대적인 인사가 시작되었다. 공식적인 명분은 현장능력 중심 조직 개선이지만 현장에서는 철도 적폐청산의 신호탄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았을 땐 누구나 그 필요성이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2009년 해군 내 수억원대 납품비리를 고발한 내부공익신고자 김영수 소령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공익신고 전까지 최근 3년간 다면평가 1위를 할 만큼 유능함을 인정받던 그였지만, 공익신고 후 좌천되어 갖은 고초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꿋꿋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여 2011년에 공익신고의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훈장의 기쁨보다 더 큰 고통이 계속 그를 괴롭혔을까? 훈장 수훈 넉달 후인 20116월 결국 그는 전역을 선택하고 만다. 이후 다행히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5년 계약직 공채에 합격하여 재직했으며, 현재도 공익제보 정착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김영수 소령이 2017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적폐청산의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몇 가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올렸는데, 심히 공감하고 깨달은 바가 있어 두고두고 곱씹어보게 되었다.

 

 

 

70년 전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적폐청산의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치욕스러웠던 일제통치와 끔찍했던 민족분단의 고통이 휩쓸고 지나간 뒤 이루어진 적폐청산의 결과를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가 설치되어 악질적 반민족행위자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한 활동을 벌였으나, 이승만의 집권 야욕에 눈이 먼 방해공작으로 인해 결국 명백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 MBC에서 방영된 특별기획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도 적폐청산의 한계를 묘사한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해방 후 장하림(반민특위에 참여)과 악질 경찰 스즈키가 재회하는 부분일 것이다. 적폐청산의 대상이었던 스즈키는 오히려 태세를 바꾸어 새로운 정권이 추진하는 적폐청산의 주체가 되어 빨갱이 타도를 외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장하림 : “스즈키! 왜 니가 여기에 있어! 해방이 되었어, 스즈키!”

스즈키 : “저런 빨갱이 새끼

 




  

현재 적폐청산이라는 명분하에 이루어지는 관심과 조치들은 대부분 고위직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그들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적폐로 분류된 고위직에 대한 청산이 끝난다고 해서 절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부조리한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했던 고위직은 청산되지만, 그 아래서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나 깨달음 없이 그 자리에서 태세만 바꾸어 살아남을 뿐이다. 위에서 언급된 스즈키가 바로 그 단편적인 예이다. 그 당시에 실패한 적폐청산의 결과는 이념대립이라는 또렷한 흉터로 남아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며 분열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하위직에 대한 적폐청산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일까? 현 시점의 하위직 적폐청산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긴 할까? 더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필요성에 공감을 얻을 수 있긴 할까? 이 답을 찾기 위해위에서 언급된 김영수 소령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훈장의 영예와 기쁨에도 불구하고 그 자랑스러운 군복을 벗게 만든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나는 그 원인을 하위직의 적폐청산 대상자에서 찾는다. 그를 괴롭혔던 것은 과연 고위직의 몇몇이었을까? 절대 아니다. “그 당시 권력이 무서워,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또는 자신의 비겁과 이해관계로 인해 적폐에 빌붙었거나 묵살하였거나 소극적이었던 사람들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자신과 수직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처지의 수평적인 관계에 있던 사람들의 비겁한 배신이 그의 명예로운 군복을 끝내 벗겨낸 것이다.

 

그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시절 여러 가지 내부고발 사건을 신고 받아 관련 기관에 처리를 요구했으나 대부분 은폐되거나 묵살당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은폐나 묵살은 고위직 하위의 조직적인 조력자 집단이 있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폐 고위직을 청산하여도 하부의 조력자 집단은 새로운 고위직에 적응하여 그 활동을 이어갈 것이고, 그렇게 살아남은 부조리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 결론은 필요성은 있다는 것이고, 다만 어떻게 실행해내느냐가 그 관건인 것이다.

 

어떻게 실행하는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당위성과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은 막연하게 잘 되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뿐이다. 프랑스 혁명처럼 적폐청산을 이유로 피를 보는 것도 내키지 않지만 실패한 적폐청산으로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대립과 갈등에 휘말리는 것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위직 적폐청산 대상자들의 자기반성이 미투(#MeToo) 운동처럼 터져나와주면 좋으련만, 적절한 방법이 없을까?

 

 

이승호 익산전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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