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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노웹진

[한옥을 짓다⑤] 기와잇기와 구들놓기, 그리고 흙작업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8.03.19
  • 조회수534



계획보다 한 달 반 이상이나 늦어져서 추운 겨울 한복판에서야 집짜기를 완성하고 눈과 비를 피하기 위해 비닐로 집을 꽁꽁 싸놓고야 휴식에 들어간다. 추워서 작업이 힘들기도 하지만 이후의 공정은 대부분이 흙작업이기 때문에 흙이 얼어버리는 날씨에는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휴지기는 불가피하다. 일산으로 올라와 두 달 정도 휴식을 취하고 3월 말부터 기와잇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휴식이라고는 하지만 집에서 쉬면서도 이후 공정을 위한 준비는 계속해야 한다. 서울과 일산 등에서 열리는 온갖 건축박람회는 거의 빼놓지 않고 둘러보았다. 기와를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고 작업할 사람들도 구해야 하고 구들작업 준비와 창호공사도 준비해야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기와 잇기

 

전통 흙기와는 한 장에 만원이 넘는 고가품이다저렴한 시멘트 기와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멘트가 드러나 보기도 안 좋을 뿐더러 수명 자체가 길지 않다그러나 전통 흙기와는 비싸지만 최소 50년 이상은 별 탈없이 유지되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 등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건축박람회를 통해 행사가격으로 장당 몇백원은 싸게 기와를 구입했다작업할 와공들과도 예상보다는 싸게 계약을 했다.



 


한옥은 지붕 위에 황토를 올리고 그 위에 기와를 얹는다. 우리집 지붕 위에만 황토가 50톤 이상 올라간 것으로 추정한다. 흙이 많이 올라갈수록 지붕 단열에 좋다. 지붕에 방수포를 올리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집은 방수시트나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방수시트 등이 물에는 강하지만 공기를 차단하기 때문에 집이 숨을 쉬지 못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화학제품 보다는 전통기와를 믿기로 했다.

 

흙이 얼었다 녹는 과정에서 부피가 팽창과 수축을 하기 때문에 방수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새벽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3월 말에 작업을 시작한다. 보통 와공은 4~5명 정도가 한팀을 짜서 움직이는데 우리집의 경우는 두팀이 투입되어 4일만에 완성했다. 인건비 뿐만 아니라 장비도 투입되므로 공기가 짧아지면 장비비용을 줄일수 있다.



구들 시공

 

기와잇기가 끝나고 바로 구들 시공에 들어간다집을 짓기 이전에 한옥학교에서 구들학교를 한다기에 다녀왔다그리고 겨울 쉬는 동안에도 흙집학교에 가서 구들에 대한 교육을 이수했다구들을 놓아본 선배와 함께 직접 구들을 놓기로 한다우리 집은 대청을 중심으로 안채와 별채로 나뉘기 때문에 안채와 별채에 각 방 하나씩 구들을 놓기로 했다그리고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구들 안에 스테인레스 물통을 집어넣어 아궁에를 땔 때 열기로 물을 데워 다른 방들도 덥히는 시스템을 선택했다덕분에 겨울 난방비의 30% 정도는 절약할 수 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들에 불을 땔 때는 반드시 물을 순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물탱크에 물이 데워지면서 생기는 압력이 커져서 심하면 폭발의 위험까지 있다. 장마철에 습도를 낮추기 위해 구들을 때기도 하는데 모든 방에 난방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저렴한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보일러 기름값은 너무 비싸다.


다행히 우리집 구들은 두번째 겨울을 날 동안 톡톡히 난방에 한몫을 해주었다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구들을 놓는 방식도 다양하고 업자들도 생각보다 많다잘못하면 연기가 새고 불도 잘 들지 않는 구들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시공하는 경우도 다반사다구들을 시공할 경우 충분히 알아보고 실력있는 시공자를 물색하는 것이 중요하다직접 할 경우에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내 집엔 직접 시공했지만 간간이 남의 집 구들을 놓아달라는 청을 받기도 한다그럴땐 정중히 사양한다충분히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집 구들은 놓았지만 남의 집 난방을 책임질 능력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벽체시공과 당골막이, 그리고 바닥공사

 

한옥이 춥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결론적으로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단열에 취약하다는 말인데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 생태주택을 고민하는 이들은 집이 숨을 쉰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문을 열어놓지 않아도 환기가 되는 것이 전통 한옥의 장점이다. 이것을 현대적 건축의 관점에서 보면 웃풍이 심한 단열에 취약한 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아파트와 개인주택은 자체로 단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아파트는 집들이 서로 쌓인 구조로 가구들이 서로 단열을 해 준다. 개인주택의 경우 사방이 외부와 접하고 있기 때문에 단열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단열을 고민하는 이들이 선택하는 첫번째는 벽 두께다. 벽을 두껍게 하면 단열에 좋을 거라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다. 벽이 아무리 두꺼워도 열전도에 의해 내부도 차가워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이 단열재다. 벽을 일체가 아니라 중간에 단열재를 시공해서 차가운 온도가 전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집의 경우 숯단열재를 사용했다. 왕겨숯을 만들어 벽 중간에 고정하고 안팎으로 황토를 붙이는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집 벽 두께는 17센티미터 정도지만 단열은 훌륭하다.

 

두번째 한옥이 추운 이유는 당골에 있다. 한옥에서 지붕을 받혀주는 둥근 서까레 사이를 당골이라 한다. 이 당골로 큰바람이 들어오는데 이를 잘 막지 않으면 당연히 춥다.

우리집은 지붕과 벽체, 당골과 방바닥까지 황토로만 만들었다. 시멘트나 몰탈은 전혀 섞이지 않았다. 흙미장을 하는 대부분의 자칭 전문가들이 황토만으로 미장을 할 능력이 없음을 처음 알고 놀랐다. 다행히 운 좋게 황토만으로 미장을 하는 이들을 만나서 작업할 수 있었다.

 



황토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있다. 한옥의 장점은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집이다. 어떤 화학약품이나 사람에게 해로운 건축자재도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뿐이다. ‘한옥이 몸에 해롭지 않다에 핵심이 있다. ‘한옥이 몸에 이롭다로 과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다. 황토가 몸에 좋다고 먹는 이들이 있고 황토벽에 벽지도 바르지 않고 생활한다. 황토는 매우 미세한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다면 해로울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창호공사

 

단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한옥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창호다. 전통창호는 창살과 창호지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그런데 이 전통창호는 단열에 매우 취약하다. 창호지 한 장으로 단열을 해야 하는데 종이 한장의 단열 성능이 우수할 리 없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창호에 가장 많은 고민을 했고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들어갔다.

 


 


단열과 전통창호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은 전통창호를 현대식 창호에 접목해서 한식 시스템 창호가 생산된다. 나무로 전통 한식 문살을 끼워넣고 복층유리를 넣은 방식이다. 문제는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다. 전통 창호는 나무를 사용하는데 이 나무의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가 변형이다. 완전히 건조되기까지 습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틀어지기까지 한다. 그러니 단열에 중요한 기밀유지는 매우 어렵다. 이 나무에 철물을 끼워넣어 변형을 일정정도 해결한 것이 한식시스템 창호다.

 

그래서 우리집 창호는 절충을 하기로 했다. 겨울에 주로 두식구가 사용하는 안채엔 한식 시스템 창호를 채택했다. 반대로 별채엔 한식 전통 목창호를 하되 이중문을 달기로 했다. 결국 비용문제 때문에 별채엔 여닫이 단문만 설치된 상황이지만 안에 미서기 한짝을 더 달 예정이다. 두번째 겨울을 나는 동안 시스템창호는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별채 한식창호도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춥진 않다. 올해 안에 복층문을 완성해서 다음 겨울을 확인해볼 요량이다.

 



 

글을 마치며

 

준공 검사를 마친 게 201612월이다. 두 번의 겨울과 한 번의 여름을 났다. 산 속에서 한옥을 짓고 살아보니 물론 장단점이 있다. 겨울엔 춥지만 여름엔 시원해서 좋다. 산속에다 보니 장마철엔 매우 취약하기도 하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다는 것은 사람이 가질수 있는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다. 또 한 번의 겨울을 버텼고 이제 조금 있으면 산수유 진달래가 피어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생긴다.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것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 시간이었다. 기꺼이 몸 불편함을 감수하고 느리지만 많은 것을 느껴볼 생각이다.

 

재미없고 매우 개인적인 집짓기와 글에 관심 가져주어 감사합니다. 오랜 기간의 해고 생활을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갈 동지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유성주 시흥차량지부(2014년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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