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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노웹진

[공감李吳] 청둥吳氏 이야기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8.03.19
  • 조회수348



설날 전날, 그러니까 까치설날에 날개를 크게 다친 청둥오리 암컷을 시골집에 들였어요.

형과 형수님이 들에 산책 나갔다가 데려왔지요.

다친 동료를 두고 갈 수 없었던지 오리떼들이 녀석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더래요. 배곯던 옛날 같았으면 온 식구가 달라붙어 녀석의 깃털부터 뽑았을 거예요.

그러나 녀석은 때를 잘 만났어요.

온 식구가 달라붙어서 흥부가 제비를 다루듯이 치료를 해주었거든요.

하지만 종이상자로 집도 만들어주고 모이를 주었건만, 녀석은 식음을 전폐하고 수굿이 앉아 있기만 했어요.

하긴 동료들과 떨어져 낯선 곳에 있으니 오리가슴이 얼마나 참새 가슴처럼 봍았겠어요.

녀석의 까만 눈동자에서 금방이라도 오리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더라구요.

하지만 우리 집에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들짐승 먹잇감이 되었을 터. 어쩌면 녀석에게는 형과 형수님 눈에 띈 것이 천운이라 하겠지요.

박씨 같은 건 바라지도 않을테니 그저 치료를 잘 마치고 다시 날아 올랐으면 좋겠어요.

 



세배를 마치고 서울로 가야 하는데 오리가 눈에 밟혀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어디 그뿐이겠어요.

평소에는 부모님께 전화를 넣지 않더니,

어제도 오늘도 오리 안부를 묻느라 시골에 전화를 넣었어요. 늙으신 부모님께 오리 건강부터 살피는 전화라니. 이래서 자식놈들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닌가 싶어요.

 

내친김에 형제들끼리 녀석에게 이름을 붙여주자 했어요. 이왕이면 부르기 쉽게 짓자고 했어요.

그래서 이름 짓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제가 나섰습니다.

외자로 지었어요. 그냥 원래 이름대로 부르자 했어요. 그래서 지은 이름은 ''

성씨와 함께 부르면 '오리' 가 되겠네요.

어라, 그러고 보니 녀석은 우리랑 종씨였네요.

 

 

오진엽 구로열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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