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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노웹진

[야생화] 이직이 답이다

  • 작성자철도노조
  • 등록일2018.03.19
  • 조회수684

[“트막한 각의 수분] 이직이 답이다



코레일광장 열린게시판에는 사내의 규정이나 관행 등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점이나 부조리한 점을 성토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익명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 현실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의견 제시는 언제나 바람직하다. 물론 그러한 게시글 중에는 논리정연하게 생각과 주장을 풀어낸 글도 있고 막무가내 억지를 쓴 글도 있지만 더 좋은 미래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으리라 생각한다


바람직한 일들이 꾸준히 일어나는 열린게시판의 모습을 보다가도 가끔은 가볍지 않은 문제의식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 글에 달려있는 댓글들이 바로 그 주범이다. 댓글은 게시글을 작성하는 것 보다 절차도 간단하고 종속적이므로 게시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충 말을 던져도 타인의 관심과 글에 대한 책임이 덜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익명게시판임을 고려하더라도 타인에 대한 배려는 커녕 기본적인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배설하듯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인다. 그러한 비상식적인 댓글을 볼 때마다 댓글 작성자에 대한 측은함 뿐 아니라 이러한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원인이 개인적인 사유가 아닌 근본적인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몇 가지 이슈에 대한 비판 글에 꼭 빠지지 않고 꾸준히 등장하는 댓글 중 하나가 바로 이직이 답이다라는 댓글이다. 나는 이 댓글을 쓰는 사람만큼 안타깝고 측은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답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아직 이 조직에 남아서 자신이 아닌 타인의 이직을 종용하고 있는 것일까? 본인이 그것이 답임을 알고, 그 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능력과 용기가 있다면 아마도 아직도 여기에 남아 이직이 답이다라는 글을 쓸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글이 계속 등장한다는 것은, 본인이 답을 잘못 알고 있거나, 본인이 내린 답을 이행할 용기와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본인도 이 사실을 모를 리는 없다. 바로 이 사실이 안타깝고 측은한 이유이다. 그릇됨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

 

얼마 전 입사동기가 퇴사했다. 10년 넘게 몸담은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다른 직장이 확정되어 이 회사를 떠났기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모두가 행복을 기원하며 떠나 보냈다. 그 친구가 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어차피 직원이라면 그 이유를 누구나 다 알고 있기에 물어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현재의 직장보다 새로운 직장이 더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좋고 말고의 판단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어쨌거나 그 결과값은 상대적이므로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 친구가 선택한 직장이 더 좋은 직장이라고 공감해주고,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원해주면 그만인 것이다


이처럼 다분히 상대적인 좋은 직장에 대한 기준을 이직이 답이다라는 말로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를 나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그들은 분명 피해자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열등감과 피해의식은 스스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분명 가해자와 상황적 계기가 지속적, 반복적인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극은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 자극을 얼마나 민감하게 느끼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또한 지속적, 반복적인 자극의 원인은 분명히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우리 조직 내에서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강한 감정적 자극을 지속적으로, 민감하게, 그리고 이겨내지 못할 만큼 느끼는 사람이 자극의 원인을 스스로 찾아내어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의 일종으로 상황을 회피하고, 자신을 위축시키며, 타인과 주변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고, 나아가 자신에게 주어지는 자극으로 생기는 스트레스의 배출구를 찾게 된다. 이러한 방어기제의 과정에서 바로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생겨나는데, 열등감과 피해의식은 타인과 또 다른 갈등과 대립을 만들어 내기도 하므로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만들어낸 우리 조직 내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이미 열린게시판에는 문제제기가 잘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열린게시판을 폐지하거나 축소해서는 안된다. 그곳에서 제기된 문제를 명확히 인지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 공감해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날이 선 댓글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상처가 더 큰 문제임에 공감할 수 있어야만 진정 문제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당장 나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그들을 배려하지 않거나 제기된 문제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무심해지는 순간 그 커다란 문제들은 우리에게 반드시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호 익산전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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